간 생검 없는 임상시험 시대? 비침습적 진단 기술이 간질환 연구를 혁신한다

최근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대사이상 관련 지방간염(MASH) 치료제 개발 임상시험에서 비침습적 진단 기술을 대리 평가지표(대리 지표)로 활용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면서 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MASH는 흔히 비알코올성 지방간염(NASH)으로 알려졌던 질환으로, 간에 지방이 과도하게 축적되어 염증과 섬유화(흉터)를 일으키는 간질환의 일종이다. 진행될 경우 간경변(간의 중증 섬유화), 간 기능 부전, 간암 등으로 악화될 수 있어 전 세계 제약·바이오 업계의 중요한 간질환 연구 분야로 꼽힌다. 지금까지 이 질환의 신약 임상에서는 간 조직검사, 즉 간 생검에 의존해 치료 효과를 평가해왔다. 하지만 최근 FDA의 결정으로, 침습적 검사 없이도 임상시험을 진행하는 새로운 길이 열릴지 주목되고 있다.

반복되는 간 생검, 임상시험의 걸림돌

간 생검은 오랜 기간 간 섬유화 정도를 확인하는 표준 검사로 활용되어 왔다. 의사가 국소 마취 후 늑골 사이로 바늘을 삽입해 간 조직의 작은 표본을 채취한 뒤 조직 병리학적 변화를 분석하는 방식으로, 결과의 정밀도는 높지만 환자에게 물리적 부담이 큰 침습적 시술이다. 간 조직을 떼어내는 과정 자체에 통증과 출혈 등의 합병증 위험이 따르고, 시술 전후 환자의 심리적 불안도 크다. 특히 신약 임상시험에서는 치료 효과를 추적하기 위해 반복적인 생검이 요구되는데, 이는 환자들에게 상당한 고통과 스트레스를 준다. 그 결과 대상 환자 모집에도 어려움이 생겨 임상시험 일정 지연이나 시험 대상자 대표성 확보에도 애로가 있었다. 간단히 말해, 간 생검은 필수적이지만 부담스러운 임상시험 기술이었다.

비침습적 진단 기술의 등장 – 간 경직도 측정으로 대체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비침습적 진단 기술이 새로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FDA가 고려 중인 기술은 초음파와 진동파를 이용한 순간 탄성측정법으로, 특수 초음파 탐촉자를 이용해 간에 진동을 가하고 그 탄성 파동 전파 속도로 간의 경직도(경도)를 측정한다. 경직도 수치는 간 섬유화의 진행 정도와 밀접한 관련이 있어, 간 조직 샘플 없이도 간 손상과 회복 상태를 연속적으로 파악할 수 있다. 이러한 진동 제어 탄성측정법(Vibration-Controlled Transient Elastography, 일명 FibroScan 검사)은 시술 시간이 수 분에 불과하고 통증이 없으며, 필요하면 여러 차례 반복 실시해 간 상태 변화를 추적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환자 입장에서는 바늘로 장기를 찌르는 생검의 고통과 위험을 피할 수 있고, 의료진은 더 자주, 더 많은 데이터를 수집하여 치료 효과를 면밀히 평가할 수 있게 된다.

비침습적 간 경직도 측정장비 FibroScan®

비침습적 간 경직도 측정장비 FibroScan®. 이 초음파 탄성측정 기술을 이용하면 간의 섬유화를 몇 분 만에 통증 없이 평가할 수 있어, 반복적인 간 생검을 대체할 수 있는 방법으로 주목받는다.

구분침습적 진단 (간 생검)비침습적 진단 (간 경직도 측정)
검사 방식바늘로 간 조직 채취초음파 및 진동파 이용
통증 및 위험출혈, 통증, 감염 등 리스크 존재통증 없음, 비침습적
반복 가능성제한적자유롭게 반복 가능
환자 수용성낮음높음
비용 및 장비병리 분석 필요전용 장비(FibroScan 등) 사용

대리 평가지표로서의 잠재력과 FDA의 한 걸음

FDA 산하 신약심사부(CDER)는 최근 이 간 경직도 측정 기술을 MASH 임상시험의 대리 평가지표(surrogate endpoint)로 공식 활용하기 위한 LOI를 접수했다고 밝혔다. 이는 FDA의 신약개발 도구 적격성 평가 절차의 첫 단계로, 해당 비침습적 진단법이 실제 임상효과를 합리적으로 예측할 수 있는 지표로 인정받을 가능성을 보여준다. 비록 아직 최종 승인까지는 추가적인 검증 단계가 남아 있지만, 이번 조치는 MASH 분야 신약 개발에서 획기적인 전환점으로 평가된다. 대리 지표로 비침습적 검사가 받아들여지면, 임상시험 참가자 모집이 한결 수월해지고 보다 대표성 있는 환자군을 확보할 수 있다. 나아가, 환자들이 겪어온 육체적·심리적 부담을 덜어줌으로써 임상 참여율을 높이고 데이터 신뢰성도 강화할 수 있다는 전망이다. 결국 이러한 변화는 그동안 난항을 겪어온 MASH 신약 임상시험의 성공률을 끌어올리는 데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간질환 신약 개발 경쟁과 시장에 미칠 영향

최근 글로벌 제약업계에서는 MASH 치료제 개발 경쟁이 가속화되고 있다. 2025년 8월에는 노보 노디스크의 비만 치료제 위고비(Wegovy)가 비간경변성 MASH 성인 환자(중등도–중증 간 섬유화 동반)를 위한 치료제로 미국 FDA 승인을 받았다. 이는 GLP-1 작용제로서는 최초로 MASH 치료 적응증을 획득한 사례로, 업계에 큰 반향을 일으켰다. 이 밖에도 국내외 다수의 제약사가 유사한 기전이나 새로운 표적의 MASH 치료제 개발에 속속 뛰어들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비침습적 검사 도입 여부는 향후 MASH 치료제 임상개발 전략과 시장 판도를 좌우할 중요한 변수가 될 전망이다. 다시 말해, 생검 없는 임상시험이 현실화된다면 환자 모집부터 결과 분석까지 신약 개발 프로세스 전반에 혁신이 일어나, 한국 CRO를 비롯한 임상시험 업계에도 새로운 기회와 도전을 가져올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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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Q

Q1. MASH란 무엇인가?

A. MASH는 대사 기능 이상 관련 지방간염’을 뜻하는 용어로, 과거에는 비알코올성 지방간염(NASH)이라고 불렸던 질환입니다. 간세포에 과도한 지방이 축적되어 염증과 간 섬유화를 일으키는 병으로, 비만이나 당뇨병 등 대사 증후군과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진행될 경우 간경변이나 간암으로까지 악화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합니다.

Q2. 임상시험에서 말하는 대리 평가지표란 무엇인가요?

A. 대리 평가지표(또는 대리 지표, surrogate endpoint)는 신약의 임상시험에서 직접적인 임상 결과(예: 생존율 개선이나 증상 완화 등)를 바로 측정하기 어려울 때, 그 결과를 간접적으로 예측할 수 있는 대용 지표를 의미합니다. 예를 들어, 일부 항암제 임상에서는 종양 크기의 감소를 생존 연장 효과의 대리 지표로 삼습니다. 대리 평가지표는 임상시험 기간을 단축하고 환자 부담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되지만, 규제 당국의 인정을 받으려면 해당 지표가 실제 임상 혜택과 충분히 연관되어 있음이 입증되어야 합니다.

Q3. 간 생검 없이 임상시험을 하면 어떤 이점이 있나요?

A. 생검 없는 임상시험은 환자 안전과 참여율 측면에서 큰 이점을 제공합니다. 우선 환자들은 고통스럽고 위험이 따르는 간 조직검사 대신 비침습적 검사로 모니터링을 받으므로 신체적 부담이 적습니다. 이로 인해 임상시험 참여에 대한 심리적 장벽이 낮아져 더 많은 환자를 모집할 수 있고, 반복 검사를 통해 더 풍부한 데이터를 얻을 수도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임상시험의 신뢰도와 효율성이 향상되어 신약 개발 성공 가능성을 높일 수 있습니다.